"집값 반토막에 '영끌족' 비명? 제때 잘 샀구나 싶었죠" [2030 신부동산 공식⑤]

입력 2024-03-15 08:46   수정 2024-03-15 09:06


서울 아파트값이 석 달 넘게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최고점 대비 30% 이상 주저앉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상당수 집주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14주 연속 하락했다. 그간 누적 낙폭만 0.44%에 달한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 변동률은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는 물론, 거래가 없던 아파트까지 합친 전체 단지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책정한다. 이 기간 거래된 아파트 가격으로 인해 전체 아파트 시가총액이 0.44% 하락했다는 의미다. 개별 아파트 가격은 대폭 하락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집값이 대폭 하락한 만큼 2030세대 집주인 대부분이 울상을 지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꼭짓점에서 사들인 2030세대가 그리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상당수는 이미 주택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를 살펴보면 20대 주택 소유자는 집값이 고점을 형성했던 2021년, 전년 대비 2만6000명 증가한 29만1000명이었다. 그해 주택을 사들인 이들 상당수가 상투를 잡은 셈인데, 이듬해에는 주택 처분이 늘면서 27만4000명으로 1만7000명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30대 주택소유자의 경우 집값이 고점에 오르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30대 주택 소유자는 전년 대비 6만2000명 감소한 168만명이었다. 이듬해에도 3만3000명이 집을 처분하며 164만7000명으로 줄었다. 집값이 한창 비쌌던 2021년에도 주택 소유자가 거듭해서 감소한 만큼 고점에 집을 샀다가 아직 처분하지 못한 채 물려있는 경우는 소수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고점에서 40% 빠진 집값에도…"제때 샀구나 안도"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2020년 결혼을 앞두고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당초 자산을 더 축적한 뒤 '국민 평형'인 전용 84㎡ 구축 아파트를 매수할 계획이었지만, 2019년부터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매수를 서둘렀다.

그가 사들인 집은 정릉동에 위치한 전용 59㎡ 아파트다. 김씨는 이 아파트를 3억8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집값이 상승을 거듭하면서 약 2년 뒤 같은 면적이 6억8500만원 실거래를 기록했다. 집값이 두 배로 뛰었다는 기쁨도 잠시,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지난해 초에는 고점 대비 40% 낮은 4억1200만원까지 내려왔다.

아파트의 최근 매매가는 지난달 체결된 4억6500만원이다. 4년 전 김씨의 매입가보다는 약 8000만원 높은 액수다. 김씨는 "하락기에도 집값이 4억원대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제때 샀구나 싶었다"며 "우물쭈물하다가 매수를 미뤘다면 집을 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급락으로 많은 이들이 주택 매입을 꺼릴 때 서울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30대 직장인 백모씨는 지난해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전용 59㎡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결혼 후 눈여겨보던 성동구 집값이 두 배 가까이 뛰는 모습을 보며 좌절하기도 했지만, 가격이 하락으로 돌아서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다.

그가 매수한 아파트는 2019년 6억원대에 머물던 가격이 2021년 11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매수세가 끊기면서 집값이 급락해 지난해 초에는 7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주변에서는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백씨는 기회라 생각해 8억원대 초반에 집을 사들였다. 이 아파트의 최근 매매가는 지난 2월의 9억3000만원이다.

백씨는 "매수자가 귀했던 시기라 집주인에게 강짜를 부려 가격을 더 깎았다"며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출도 수월하게 받았고, 이 집에 계속 살면서 대출금만 갚으면 된다. 집값도 올라 발 뻗고 편히 잔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해 매수를 늦췄으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1년 새 집값이 1억원가량 올랐는데, 지금 사려고 하면 필요한 금액만큼 대출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좋은 기회를 적기에 잘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집값이 반토막 났다며 입방아에 올랐던 서울 주요 아파트들도 속속 반등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2021년 17억원(29층)이던 가격이 다음 해 11억원(8층)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세를 유지하면서 최근 거래가는 13억7000만원(17층)을 기록했다. 고점의 약 80%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용 83㎡는 2021년 28억5000만원(3층)에서 다음 해 19억원(3층)으로 급락했다. 최근 가격은 25억6500만원(10층)을 기록하며 고점의 90%까지 올라왔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 59㎡ 역시 2021년 20억1000만원(28층)이던 가격이 다음 해 14억원(12층)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3억원 넘게 오른 17억6000만원(25층)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1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1.76%까지 하락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올해 1월 0.15% 하락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해 5월 92.7까지 내려왔던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도 올해 들어 94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수급동향 역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2022년 63.1까지 내려갔다가 올 84.6으로 높아졌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과거보다 늘었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이 멈추고 점차 인하에 무게가 실리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들의 금융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2021년 0.5%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번의 인상을 거치면서 지난해 1월 3.5%까지 치솟았다. 미국이 긴축에 나서면서 0.25%이던 금리를 5.5%까지 올린 영향인데, 최근 들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시된다.
금리 인하 가능성…전문가들 "내년께 집값 저점 형성"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달 미 의회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은행도 국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진 않을 예정이다. 올해 초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통위원 전원이 기준금리를 유지하자는 의견일치를 보였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 한은도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더딘 물가상승률 둔화세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2%대로 수렴하는 상황을 살피며 향후 경제성장 지표와 물가, 가계 부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시장금리도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1년 8개월 만에 3%대로 돌아왔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석 달 연속 뒷걸음치면서 3.99%로 내려왔다. 3%대 주담대 금리는 2022년 5월(3.90%)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내 집 마련을 돕는 정책들도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매달 70만원씩 5년을 넣으면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하게 해주는 청년도약계좌가 운영 중이다. 청년도약계좌 만기수령금은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일시 납입이 허용된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청약에 당첨되면 최저 2.2%의 낮은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자금 마련과 청약, 대출까지 연계한 내 집 마련 지원 상품인 셈이다.

아이를 낳은 가정은 최저 연 1.6%로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제공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영향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 1653건 중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954건으로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1월 55.1%에 비해 2.6%포인트 늘었다.


5월부터는 공공분양을 시작으로 '신생아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고, 상반기 신혼부부 특별공급 개별 신청을 허용하는 개정안도 시행된다. 신혼부부의 주택 청약 횟수가 기존 부부합산 1회에서 부부 각각 1회(총 2회)로 늘어난다.

집을 살 때 이른바 '부모 찬스'도 쓸 수 있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총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 결혼 자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점차 증가하고 내 집 마련을 돕는 정책들도 나오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집값이 올해 최저점을 기록하고 점차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4 KB부동산 보고서'에서 전문가(50%)와 공인중개사(59%)의 절반 이상이 집값 반등 시점을 올해로 꼽았다. 응답자 대부분은 늦어도 2025년까지 주택경기가 최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동산 자산으로는 일반 아파트가 33%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일반 아파트가 투자 선호도 1위에 오른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2편 '2030 신부동산공식'을 총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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